“여기가 역사 유적지였어?”
“아빠, 저건 뭐야?”
3월1일 서울 종로구를 지나는 등산복 200여명 사이에는 느낌표와 물음표가 연신 오고갔다. 한명숙 전 총리, 이해찬 전 총리,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등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. 3․1절을 맞아 ‘민주올레’가 첫 걸음을 뗐다. 민주올레는 이해찬 전 총리가 이끄는 시민주권이 ‘놀멍 쉬멍 걸으멍’으로 대표되는 제주올레를 본 딴 민주주의 성지를 걷고 배우고 느끼는 행사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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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3.1민주올레에 참석한 올레꾼들. 이해찬 전 총리가 마이크를 잡았고, 이정희 의원, 한명숙 전총리, 김진표 의원등이 참석했다(왼쪽부터) |
이날 가족, 연인,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인 민주올레꾼들은 3․1운동이 처음 논의되었던 서울 중앙고등학교에서부터 탑골공원을 지나 서대문형무소 등 유적지 20여 곳을, 길이로 치면 6.6km를 걸었다.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한명숙 전 총리는 “민족의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3․1절을 맞아 기념지를 둘러볼 수 있는 행사가 반갑다. 날씨가 흐리지만 취지에 동감한 많은 사람이 왔다는 사실에 희망을 느낀다”라고 말했다.
참가자들은 3․1 민주올레를 걸으며 “서울 시내 곳곳에 역사가 담겨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”라고 입을 모았다.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용운 스님이나 손병희 선생의 집터를 지나며 “경복고를 나와서 고교 시절 이 근처를 많이 지나다녔는데 가까이에 유적지가 있는 줄 몰랐다. 앞으로 좀 걸어 다녀야겠다”라고 말했다. 초등학생 자녀 두 명과 같이 나온 박주현씨(42․회사원)는 “아이들 교육 차원에서 나왔는데 걷다보니 내가 더 많이 배운다. 특히 김구 선생이 암살된 경교장을 들렀을 때는 현대사가 온몸으로 느껴져 숙연했다. 사건 당시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”라고 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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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서대문 형무소와 독립문 공원 길을 걷는 민주올레꾼들 |
골목골목을 다니며 동네여행을 한 민주올레꾼들은 중간 지점인 탑골 공원에 잠시 머물며 안중근 열사를 주제로 한 소리 공연을 감상했다. 경찰이 앰프 등 음향시설을 들고 들어가면 집회로 간주하겠다며 제지해 민주올레꾼들과 작은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. 결국 판소리 공연은 앰프가 아닌 휴대용 마이크로 대체해 펼쳐졌다.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“민주주의를 기념하는 행사에 반민주적인 행태가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하다”라며 경찰의 과잉대응을 꼬집었다.
3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걸음을 재촉한 올레꾼들은 대한문을 지나 오후 5시30분 서대문형무소에 도착했다. 4시간 정도 올레길 걷기를 마친 정연주 전 KBS 사장은 “출발지인 중앙고에서는 40년 전에 동아일보 입사 시험을 쳤고, 도착지인 서대문형무소에서는 30년 전에 복역을 했다.
두 ‘학교’를 몇 십 년 만에 들르니 옛 생각이 난다”라고 회상했다. 이해찬 전 총리는 “차 타고 다닐 때와는 다른 속도에서 움직이니 일상과 역사를 성찰하게 되더라”며 완주 소감을 밝혔다.
민주올레는 앞으로도 계속 될 예정이다. 2010민주올레 쪽은 “3․1 올레를 시작으로 4․19, 5․18, 5․23, 6․10 올레를 이어가겠다. 특히 5․18올레에서부터 5․23올레는 광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묻힌 봉화 마을까지 걷는 전국 순례단을 기획하는 중이다”라고 밝혔다. ‘3․1올레 번개’를 연 아프리카 개인방송 BJ ‘망치부인’ 이경선씨는 “역사 공부를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. 앞으로도 행사가 있다면 계속 나오겠다”라고 말했다.
Posted by 경기 희망 김진표입니다. 김진표